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한없이 무기력할 때 "힘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진심으로 힘을 내길 바라는 말이지만, 듣는 순간 오히려 더 깊은 무기력 속으로 빠져버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머리로는 "그래, 힘을 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몸은 점점 더 가라앉고, 마치 지하동굴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힘내라는 말이 부담이 될 때

    한때 나도 그랬다. 휴학 중이던 시기,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보호자 침대에서 지내던 어느 날 아침. 이미 일주일 넘게 의욕이 나지 않고 기운이 빠지는 상태였다. 그런 내게 친구가 "힘내, 힘이 난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친구의 말은 따뜻했지만, 내겐 오히려 압박처럼 느껴졌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무기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무게를 안다. 모든 것이 버거워지는 상태에서 "힘내!"라는 말은 때로는 더 깊은 자책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때로는 "당신의 무기력을 허락하노라"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When-words-of-encouragement-get-you-down
    힘내라는 말이 힘 빠지게 할 때 - 무기력을 마주할 용기

    해야 할 일이 많아도 하나도 못할 때

    무기력은 현대인의 병이다.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손을 대기 어려운 상태. 씻고, 먹고, 집을 나서는 것조차 힘든 상태. 원시시대에는 무기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의 삶은 단순했다. 생존이 전부였기에 하루하루를 고민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다르다.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하고, 좋은 집을 사야 하고, 행복을 유지해야 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미디어 속 완벽해 보이는 타인들과 비교하며 불안해지고, 해야 할 일의 리스트는 끝도 없다. 부담과 걱정이 쌓이면서 무기력감은 더욱 심해진다. 살아가는 것이 더 복잡해질수록, 해야 할 일이 늘어날수록 몸을 일으키는 일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삶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 첫 번째

    지금 당신이 무기력한 이유는 어딘가에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쏟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는 인정하지 못할지라도, 어쩌면 자신을 다그치고 채찍질하느라 힘을 소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중에는 야근을 마다하지 않다가도 주말이면 방전되는 것, 그건 당연한 현상이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될 때 몸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은 거의 모든 시간을 긴장 상태로 보낸다. 한계를 넘어서면, 몸이 자연스럽게 방전된다. 그 상태에서 "일어나야 해!"라고 자신을 다그치면 더 깊이 가라앉을 뿐이다. 그러므로 무기력을 느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이다. 쉬어야 회복할 수 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두 가지 방법

    1. 삶의 난이도를 조절하기: 물론 삶의 기준을 낮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그치며 무기력에 빠지는 것보다,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2. 지금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삶의 기준이 너무 높아져 있지는 않은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벅차거나, 아무리 애써도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들 때 무기력감은 더 커진다. 내가 기대했던 나의 모습, 내 삶에 대한 이상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자.
    3. 자발성을 회복하기: 에리히 프롬은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무력감과 열등감의 뿌리"라고 말했다. 우리가 순간순간 진정한 감정을 느끼고,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행복감이 커진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작은 행동들도 자발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억지로 나를 밀어붙이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
    4. 정말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일이라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 반대로,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하루를 채우는 활동들이 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점검해 보자.

    그저 살아있기만 해도 괜찮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시도하기 어려울 만큼 지쳐 있다면, 이 말만 기억해도 좋겠다. "그저 살아있기만 하라."

    우리는 흔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쓸모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쓸모없는 것 같은 느낌"이 우리를 쓸모없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럴 때는 그냥 흘러가도록 놔두자. 억지로 움직이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바람이 불면 갈대가 흔들리듯, 강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도 된다.

    무기력을 마주할 용기

    무기력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아닌 허용이 필요하다. "이왕 누워 있는 거, 마음 편히 누워 있어도 괜찮다." 무기력을 인정할 때 오히려 그 무게가 줄어든다. 힘을 내라는 말이 힘 빠지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힘내라는 말 대신,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무기력을 마주할 용기를 가질 때, 그 무게에서 벗어날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