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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나의 아저씨》, 《우리들의 블루스》… 왜 이런 드라마만 보면 자꾸 울게 될까?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에 말 못 하고 눌러둔 감정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감정을 건드리는지, 그리고 왜 그런 장면에서 눈물이 나는지를 부드럽게 풀어본다. 감정선 중심으로 드라마를 다시 느껴보는 따뜻한 탐색.
자꾸 울게 되는 건, 드라마 때문일까 내 마음 때문일까
요즘 드라마만 보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눈물의 여왕》 마지막 회를 보고 펑펑 울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드라마 속에서 끝났는데, 왜 내 마음은 아직도 그 안에 머물러 있지?”
생각해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의 아저씨》 때도, 《우리들의 블루스》도 마찬가지였다.
슬퍼서 운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슬픔이 아니라, 말 못 한 감정이 움직인 순간이었다.
드라마가 울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야기가 슬퍼서가 아니다.
우리 안에 눌러놨던 감정들이,
드라마라는 안전한 세계 안에서 흘러나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보다 감정선이 먼저 흐른다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라서 몰입됐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를 잡아끄는 건, 그 인물의 상처가 아니라 감정선이다.
그리고 그 감정선은 우리 마음의 리듬과 닮아 있다.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이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선아가 파도소리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눈물의 여왕》에서 해인이 “살고 싶어졌어”라고 말하는 그 장면.
이 모든 장면의 공통점은, 오랫동안 눌러 있던 감정이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장면에서 울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눈물은 그녀(그)만의 것이 아니라, 나의 눈물 같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저 대신 흘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 못 했던 감정, 끝내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나도 누군가의 드라마였다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상처와 미련, 말 못 한 감정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걸 잘 말하지 못한다.
“나 힘들었어”라는 말을 꺼내기엔 세상은 너무 바쁘고, 때로는 냉정하니까.
그래서 드라마를 본다.
그 안의 누군가가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때로는 그 인물이 나보다 더 나를 잘 보여준다.
마치 내 안에 있던 이야기가 드라마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눈물의 여왕》에서 해인은 끝내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살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이건 단지 그녀의 결심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나도 살아지고 싶어졌다. 나도 누군가의 드라마로 기억되고 싶다.”
당신의 감정선은 어디쯤에 있나요?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를 더 느꼈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며 자꾸 우는 이유는,
그 감정선이 지금의 내 마음과 딱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감정선을 걷고 있나요?
억누른 채 살아가는 감정이 있나요?
혹은, 오래전부터 잊은 척 하고 있었던 마음이 있나요?
드라마는 그런 감정을 안전하게 꺼내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계속 보게 되고, 계속 빠져들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닮은 드라마 캐릭터 찾기 워크북”을 통해
나의 감정선, 나의 언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함께 해보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다.
그리고, 울었던 그 순간마다 우리는 살아 있었다.